'전체'에 해당되는 글 104건

  1. 2009/05/19 개점휴업
  2. 2009/03/12 왜 쟤만?
  3. 2009/03/11 안 순진한 척하기 2
  4. 2009/03/08 안 순진한 척하기
  5. 2009/03/03 스친소 소동 (3)
  6. 2009/02/08 통찰
  7. 2009/01/17 긴 하루
  8. 2009/01/10 혐오생물들 (2)
  9. 2009/01/06 연필
  10. 2008/10/19 토사곽란
2009/05/19 20:27

개점휴업

텍스트큐브로 옮깁니다.

티스토리 계정이 필요한 동안은 아예 블로그를 닫지는 않을 것이지만요. 이 블로그 데이터를 삭제할지, 새 블로그에서 이 블로그의 데이터를 복원할지는 두고 생각해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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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2 15:04

왜 쟤만?

이런 상황을 생각해 봐. 다들 비슷한 수준의 농담을 하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어. 그렇게 정치적으로 공정한 건 아니지만, 대개 우스개라는 게 그리 공정하지만은 않지. 어쨌든 별로 대단히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어. 그러다 어느 한 사람이 수위나 소재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는 (혹은 오히려 정도가 덜한) 농담을 던졌는데, 다들 정색하고 어찌 감히 그럴 수 있느냐, 생각이 있느냐 하고 손가락질 하기 시작한 거야. 어찌된 일일까? 그야, 지금까지 참다가 마침 터진 걸 수도 있고, 이제 회개한 걸 수도 있고, 자긴 안 그렇다고 알리바이를 대기 위한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마도, 무엇을 말했냐보단 누가 말했냐가 중요할 것 같아. 이유야 어쨌든 원체 벼르고 있었다면 뭐, 별 수 있나, 딱 걸린 거지. 부당하다고? 부당하지. 얼마나 억울하고 당황스럽겠어. 한데, 대개 미움이라는 게 그리 공정하지만은 않지. 여하튼 사람 병신 만들기 딱 좋은 방법이긴 해. 아무렴.



덧말: 방금 나온 '병신'이란 말도 그리 공정한 표현은 아닌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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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1 01:12

안 순진한 척하기 2

부정한 현실과 타협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오히려 타인을 철없는 이상주의자로 만드는 행위. 자신의 사고나 언행을 일반적인 것 혹은 바람직한 것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정당화를 꾀할 수 있다. 자신이 가해한 상대에게 죄책감을 느끼기 싫을 때 사용하면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잘하면 공범자까지 확보할 수 있다. 때로는 스스로 타락한 이후 알리바이로 삼기 위해 현실을 격하시키는 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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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8 08:58

안 순진한 척하기

아직 내막이 다 밝혀지지 않은 대상이나 사건에 관해 미리 (대개 윤리적으로) 부정적인 선언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며 딱하고 안쓰러운 듯 바라보는 행위. 자신의 통찰력, 쿨함, 우월함을 과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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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3 06:52

스친소 소동

MBC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약칭 스친소. 연예인들이 각기 친구를 데리고 출연하여 일종의 소개팅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더럽게 재미없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남녀 각기 다수가 출연하여 서로 장기자랑과 식사 등을 하며 간을 보다가 마지막엔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찍고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확인하는 걸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대개 연예인이 (실제 친구든 아니든) 연예인 지망생 혹은 준 연예인 등을 데리고 나와 홍보하는 경우가 많고, 마지막에 커플이 되어봤댔자 사실 그 자리에서 약간의 환호를 듣는 정도 이상의 의미는 없기 때문에 저 모든 과정이 대개는 시시해 보일 뿐이다. 일반인이나 연예인이 출연하여 애정 전선을 구축한다는 소재는 지금까지 방송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어 단물이 다 빠진 상태. 스친소는 연예인의 스타성과 예능감에 아울러 일반인의 신선함까지 제공하려는 듯하지만, 말했듯 소재도 진부하고 일반인도 일반인이 아닌 셈이라 눈 딱 감고 속아 줄래야 속아 주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진정성도 실제 상황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기대도 없는 것이다. 이른바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도 대본과 설정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이 이미 알려진 마당에 너무나 뻔한 형식적 짝짓기는 최소한의 '가공의 실감'조차 주지 못한다.

2월 28일 방영된 스친소에는 조금 특이한 면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로는 여자쪽이 모두 소녀시대(중 4명)이며, 소녀시대가 친구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녀시대 자신이 소개팅에 나섰다는 점이다. 고전 중인 스친소에서 현재 가요계와 예능계를 독주하고 있는 소녀시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남자쪽 연예인의 친구로 프로게이머 '천재 테란' 이윤열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혁재의 대학 후배라는데, 대학 후배인 것은 사실이더라도 개인적인 친분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스친소에서 새삼 그런 걸 따질 계제도 아니긴 하다. 어쨌든, 소녀시대의 팬이기도 하거니와 한때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을 관심있게 지켜보던 입장에서 - 게다가 이윤열 열성팬인 친구의 영향도 있고 하여 - 스친소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는 스친소 자체보다도 이를 둘러싼 분위기와 사건들이 더욱 흥미로웠던 게 사실이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 이윤열과 소녀시대의 스친소 출연이 발표된 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 관련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펴보자. 간단히 말하면 오랜만의 프로게이머 공중파 방송 출연으로 전체적으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부러움 반 걱정 반인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젊은 남성 위주로 구성된 스타판에서, 현재 인기 절정인 여성 아이돌 그룹을, 그것도 여느 때처럼 진짜 친구인지도 의심스러운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게 아니라 이번 회에만 직접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부러워하는 반응은 그리 별스러울 것도 아닌 일이나, 걱정에 관해서는 좀 더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판에는 소위 7대 관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게임 방송 특집 프로그램 등을 통해 프로게이머들이 춤이나 노래 등을 선보인 영상들인데…. 생각해 보면, 프로게이머라는 친구들은 그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일 뿐이다. 입담이나 재치가 뛰어나서, 춤이나 노래가 훌륭해서, 외모나 신체 조건이 빼어나서 프로게이머가 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일반인보다 방송 환경에는 조금 더 익숙해 있겠지만 카메라가 들어오면 긴장하고 마이크 들면 어버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나이라도 좀 있으면 경험과 요령으로 어느 정도라도 커버하련만, 프로게이머들은 모두 소년 내지 청년에 불과하다. 프로게이머들의 자기 어필을 위해 만들어진 조 지명식이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조차 말 한 번 똑똑하게 하는 친구들이 생긴 것도 얼마 안 된 이야기며, 그나마도 많지 않다. 더러 상당한 끼를 드러내는 게이머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도 그 세계 안에서의 이야기지 정말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도의 탁월한 엔터테이너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런 친구들이 개국 몇 주년이니 명절이니 팬 미팅이니 하는 곳에 나서서 장기를 보여준다? 결과는 거의 항상 사지수축으로 이어졌다.

못하더라도 뻔뻔하면 차라리 좀 나은데, 스스로 수줍어 하고 창피해 하는 모습이 더욱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든다. 빨개진 얼굴, 안절부절못하는 시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자연히 보는 사람들마저 민망함에 화면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절정의 민망함으로 무장된 7가지 동영상. 그것이 끝까지 지켜본 사람은 용자로 추앙받는다는 7대 관문이다. 김정민, 홍진호가 그 대표격이지만, 이 중에는 이윤열의 것도 존재한다. 이들의 부끄러운 영상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패러디되는 만년 떡밥이다. 그나마 이것은 게임 전문 방송국이 마련한 무대에서 그들을 알고 그들과 함께 즐기는 팬들이 지켜보는 '그들만의 리그'였고, 그래서 팬들도 자기들끼리 낄낄댈 수 있었다.

프로게이머가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몇 번 있다. 홍진호, 박정석, 서지훈 등이 '스타골든벨'에 출연했을 때, 많은 팬들이 큰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짜게 식음'이었다. 1시간 정도의 방영 시간 동안 20명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스타골든벨의 형식을 감안하더라도, 인사 정도 외에 이들이 활약한 내용은 전무에 가깝다. 당연하다. 어차피 예능의 끼가 있는 친구들도 아니고, MC나 주변 연예인이 이들의 사정을 잘 알고 띄워줄 것도 아니다. 더구나 스타골든벨은 많은 출연진 탓에 연예인조차 통편집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프로그램.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연예인들이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프로게이머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 밖에 프로게이머가 출연한 '브레인 서바이버' 등에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치며 날아다닐 수 있는 공간은 비좁은 타임머신(프로게이머들이 경기를 펼치는 방음 부스를 일컫는 말) 안뿐이다.

이제 이윤열은 올드 게이머로 분류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어린 나이에 데뷔했기에 지금도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제는 그나마 좀 관록이 붙어서 나름 언변도 늘고 쇼맨십도 생겼지만, 처음에는 그저 게임 잘 하는 소년일 뿐이었다. 특별히 대중을 즐겁게 하거나 웃기는 재주가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이미 관문도 하나 창조한 선수가 아닌가. 더구나 누가 재미없으면 그냥 편집하고 다른 사람 촬영분을 사용하면 그만인 스타골든벨에 비해 스친소는 프로그램의 특성 상 개인별 미션과 '매력 발산'의 무대가 반드시 존재하고, 마지막엔 이성 출연자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여기 나가서 이윤열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거기서 신들린 키보드와 마우스질을 보여줄 것인가. 팬들의 우려는 높았고, 새 관문이 하나 생겨 8대 관문이 구축될 것이라는 예상도 서서히 일어났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스갤의 대폭발을 예상하기도 했다.

스갤은 DC 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를 약칭하는 말. 잘 알려져 있다시피 DC 인사이드는 원래 단순한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였으나 사진을 올리는 갤러리가 언젠가부터 사진과 무관하게 관련 주제에 관한 다양한 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의 성격을 띠며 크게 인기를 얻어 점차 다양한 주제의 갤러리가 생겨난 끝에 이제는 엄청나게 방대한 규모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되었다. 보통은 편하게 DC라고 부르는데, 딱히 회원 가입을 안 해도 활동할 수 있는 DC의 특성 상 온갖 네티즌들이 별의별 글을 다 올리는, 인터넷에서도 특히 과격하고 정제되지 않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스갤은 DC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갤러리의 하나로, 한때 너무나 많은 게시물이 올라오고 악성 게시물과 뻘글도 많아 사전 검열제(등록 대기 갤러리에 먼저 글을 올리면 운영자가 주제와의 일치 여부와 수위를 판단하여 등록하는 방식)를 채택하기도 했던 곳이다. 이제는 스타크래프트 및 프로게임의 인기가 어느 정도 식으면서 다시 자유 등록 방식으로 복귀하였으나, 전성기가 지났다 해도 여전히 그 화력은 DC 최고 수준이다.

여기서 화력이라 함은 '일정 기간 내에 얼마나 많은 게시물을 쏟아낼 수 있는가'를 일컫는다. DC에서는 갖가지 이유로 전쟁이 종종 벌어지는데, 이는 단기간(이라고 하지만 길면 며칠까지도 이어진다)에 상대 커뮤니티에 엄청난 분량의 게시물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공격을 흔히 '턴다'고 표현하는데, DC 갤러리에서 외부 사이트와 전쟁을 치를 때도 있지만 DC 갤러리들끼리 내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때는 보통 요란한 특수 문자와 짤막한 메시지의 게시물 제목을 사용하여 어느 갤에서 어떤 의도로 공격하고 있는지를 밝히곤 하는데, 따지고 보면 해당 게시판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공격하는 갤러리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 외의 실익은 없는 셈이나, 그게 DC다. 따라서 어떤 갤러리의 활동 인구 및 공격할 의지와 능력과 시간이 이 화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해, 스갤의 인구와 공격성은 상당히 높다. 스갤러(스갤의 이용자)들은 스갤을 DC의 수도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의미 외에 스갤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어떤 갤러리도 무사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전쟁을 벌이다 보면 과도한 전송량으로 해당 갤러리가 일시 다운되거나 차단되곤 하는데, 이를 폭발이라고 한다. 즉, 앞서 언급한 스갤 폭발이란, 스갤에 일시적으로 엄청난 게시물이 몰려 갤러리가 접근 거부되는 상황을 말한다.

스갤은 스타크래프트 및 프로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타 보급 초창기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회원제 익명 게시판으로서(고정닉 등은 존재하지만) 누가 누구에게든 경어 및 상당수의 사회적 예의를 생략해도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인 탓에 어찌 보면 가장 자유로운(방종한) 공간인 덕분도 있을 것이다. 스갤이 싫어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는 사람도 많지만, 상당수는 스갤과 다른 커뮤니티를 모두 이용한다. 특히 어떤 사건에 대한 스타팬의 반응을 알고자 할 때는 스갤을 확인하는 것도 꽤나 유용한데, 이는 규모도 규모거니와 특유의 재빠르고 과격한 행동 양식 때문에 스타팬들의 가장 즉각적이고도 즉물적이고 표피적인 반응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갤의 반응은 단순히 스갤뿐 아니라 스갤을 위시한 각종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 커뮤니티를 함께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될 것이다. 다만, 개개인의 행동 하나하나를 집단 전체(그게 스갤이든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든)의 통합된 의지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비약일 터이므로, 그저 이런저런 반응도 있다는 흥미거리 정도로 파악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어쨌든, 2009년 2월 28일 5시, 스친소가 시작했다.

이윤열은 마린 흉내를 내며 까페를 털었다. 스갤은 술렁였다. 이윤열은 춤을 추었다. 로봇춤이라 했다. 민망함이 하늘을 찔렀다. 다른 출연자들조차 부끄러워 손에 얼굴을 묻고 외면했다. 스갤은 폭발했다. 이윤열은 소녀시대의 gee 춤을 추었다. 다행히 짧게 편집되었으나, 역시 스갤은 폭발했다. 이윤열은 식사 시간에 소녀시대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스갤은 소시갤(소녀시대 갤러리)을 침공했다. 소시갤도 전성기엔 나름 화력이 있었으나 이미 소녀시대의 개별 커뮤니티가 생겨 활동 인원이 대폭 줄어든 상태. 코갤(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의 지원이 있긴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혹자는 스갤이 전만 못하다고 개탄하지만, 썩어도 준치, 스갤은 스갤, DC의 수도를 자처하는 스갤의 화력을 감당할 수 없어 처참히 털렸다. 소녀들의 선택 시간이 왔다. 아무래도 이윤열은 0표를 받을 것만 같았다. 스갤은 빅뱅 직전. 소시갤은 이미 초토화. 이제 프로그램이 끝나면 소시갤은 영원히 스갤의 식민갤이 될 것임이 자명해 보였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유리와 수영이 이윤열을 선택한 것이다. 유리와 수영이 쓴 메시지 보드에는 "당신의 모니터 & 키보드가 되고 싶어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닭살스러운 멘트는 제작진에 의해 유도된 것인지 아예 대본인지 모르겠으나 스친소의 전통인 듯하다.)

전황은 급변했다. 스갤은 자폭과 동시에 즉시 침공을 멈추고 소시갤 및 산하 유리갤과 수영갤에 와서 굽신굽신 사과와 감사와 찬양을 시작했다(공격이나 화해나 마찬가지로 도배의 형태를 띰은 아이러니지만). 조공을 드린다며 소녀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유리는 스갤의 공식 여신으로 추앙되었다. 심지어 임이최마로 이어지는 본좌 계보에 5대 본좌로 유리가 등극하여 임이최마율의 계보가 완성되었다. 같이 선택한 수영은 덜 주목받았는데, 아마도 이윤열 또한 유리를 선택했으며, 주도적으로 문구를 읽은 것도, 스타팬들에게 좀 더 인기가 많은 것도 유리이기 때문인 듯하다. 어쨌든 소시갤은 영원히 스갤의 동맹갤임이 선포되고, '영구 까임 방지권'까지 받았다. 혹자는 이를 빗대어 본진에 핵 떨어지기 직전 유리의 지혜로운 선택으로 리콜로 구원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유리의 선택이 과연 본심인지 대본인지, 혹은 전략적 선택인지는 어차피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따지지 않기로 하자. 어쨌든 외적으로 이윤열이 유리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윈윈 게임이었다. 이윤열은, 비록 또 하나의 관문을 만들어내긴 하였으나 우려에 비하면 적당히 선방하였고, 커플도 이루었다.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이윤열의 선방은 곧 스타팬의 선방이므로 스갤 및 각종 관련 커뮤니티는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소녀시대는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의 호감을 얻었다. 소시갤은… 살아남았다. 게다가 득인지 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좀 변덕스럽고 마초적이긴 해도 어쨌든 병력만은 빵빵한 우방을 얻었다. 과장과 호들갑을 좀 빼고 말하자면, 이윤열은 좀 민망했지만 어차피 거기 나와서 장기자랑 한 사람들 중에 민망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으니 별날 것도 없고, 결과적으로는 그 민망함 자체가 그럭저럭 재미도 주었다. 다만 어떤 떡밥이든 부풀려 재미거리로 만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스타 커뮤니티에서 노는 방법이기 때문에 과장되게 표현된 바가 있을 뿐이다.

그럼 모두가 이긴 게임이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친구를 데리고 나온 출연자 중의 하나인 붐은 이윤열을 중간중간 놀려먹었다는 죄로 공격성 강한 스갤러들의 맹공을 받았다. 먼저, DC 인사이드 내에서의 침공이 일어나야 하는데, 문제는 DC 인사이드 갤러리 중에 붐 개인 갤러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붐의 본명은 이민호. 동명이인인 탤런트 이민호('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역) 갤러리가 털렸다. 스갤에서 착각을 해서가 아니라, 아닌 걸 알지만 그냥 이름이 같아서 털었다. 황당하지만 그게 DC다. 네이버 인기 게시물을 모아두는 붐 게시판도 털렸다. 게시판 제목이 '붐'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황당하지만 그게 DC다. 붐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일찌감치 방명록이 닫혔고, 몇 번 변명조의 글이 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당시까지 고작 4000건 정도의 게시물이 누적되어 있던 스친소 게시판은 그 날 하루 올라온 게시물로 누적 게시물 10000건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대다수의 내용은 붐에 대한 욕설 내지는 퇴출 요구였다. 이미 붐에 대한 네티즌(주로 스타팬들)의 거센 비난은 여러 매체에서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그런데, 이 테러의 방법은 차치하고 붐이 이윤열을 - 나아가서는 e-스포츠 팬들을 - 비하했다는 혐의가 옳은 것이냐를 따져 보자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예능은 재미를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고, 농담이라는 것의 상당수는 많든 적든 조롱, 희화화, 과장, 비약, 억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구나 점점 독한 개그가 득세하는 요즘, 조금 공격조의 농담을 던졌다고 해서 무조건 욕을 먹을 일은 아니다. 붐의 농담이 대단히 프로게임계를 비하하거나 수위가 높았냐고 한다면, 붐은 그저 늘 하던 대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올 수 있는 정도의 농담을 평범하게(그러나 제법 재미있게) 했을 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이 정도의 농담도 수용할 수 없다면 이윤열은 아예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어야 한다. 어쩌면 붐의 깐족거림이 있었기에 이윤열의 출연분이 나름 재미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붐에게 죄가 있다면 감히 이윤열을 깠다는 점이 아니라, 그럼으로써 스타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스타팬들에게 스친소의 이윤열은 그냥 이윤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타팬들은 항상 프로게이머들을 깐다. 별별 구실로 놀리고, 비웃고, 패러디한다. 앞서 언급한 관문들도 게이머를 놀리는 주요 떡밥이다. 물론 까기만 하는 건 아니고 찬양도 하지만, 심지어 찬양조차 장난기가 다분한 경우가 많다. 부당함과 억지를 굳이 피하려 하지 않는(때로는 일부러 그러려 하는) 짖궂음은 물론 종종 폭력의 성격을 띠곤 한다. 그 방향과 정도를 감안할 때 단순히 '애정 어린 장난' 내지 '친밀감의 표현'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경우도 전혀 드물지 않다. 특히 스갤 같은 곳은 그러한 놀이 문화(라고 일단 해두자)가 자연스러운 곳이다. 한데 자신들의 세계 안에서는 이렇게 거칠게 노는 스타판에서도 이들이 한 목소리로 프로게이머를 옹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외부와의 관계가 발생할 때이다.

스타 커뮤니티는 외부, 즉 주류 사회의 시선에 많은 신경을 쓴다. 마치 국제 사회의 반응(그게 실은 그냥 일개 외국인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한 마디라 할지라도)에 일희일비하는 한국인을 보는 듯하다. 이들은 여전히 e-스포츠 및 e-스포츠 팬들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억울하게 생각한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컴퓨터 게임이라는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괜찮은 취미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며, 기껏해야 애들 때나 하는 (그리고 애들 때조차 바람직하지 않은) 놀이로 여겨지곤 한다. 아이들이 오락실에 간다고 하면 기겁을 하던 부모들은 이제 아이들이 PC방에 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이들이 모든 걸 내팽개치고 담배 연기와 침침한 조명에 둘러싸여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중독적인 게임에 몰두한다는 상상만큼 부모의 신경을 긁는 것도 없을 것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게임에 향하는 혐의는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e-스포츠라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문화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처음 일개 지역 방송국에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방송할 때만 해도, 그것이 소위 e-스포츠라는 새로운 산업의 태동임을 감지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사실 지금도 e-스포츠는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분야이다. 매년 e-스포츠는 기회론과 함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으며, 실제로 지금 한국에서 어느 정도 규모 이상으로 의미 있게 살아남은 것은 스타크래프트 하나 정도로, 그조차 여러 문제로 덜컹거리면서 가까스로 꾸려가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다른 프로 스포츠도 늘 그런 이야기가 거론되곤 하지만, e-스포츠는 그야말로 한 걸음 한 걸음이 첫 걸음인 셈이라 그 가능성과 한계가 어디쯤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식 제고와 대중적 저변일 터, 그래서인지 항상 습관처럼 'e-스포츠의 위상'이라는 말이 언급되곤 한다.

여러 해 전, 임요환이 KBS 아침 토크쇼 '아침마당'에 출연한 적이 있다. 프로게이머가 본격적으로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아마 그것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스타팬들의 관심과 흥분은 대단했고, 더구나 주 시청자층이 주부인 만큼 게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출연 당사자인 임요환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후문이지만, 그 날의 주제는 게임 중독이었다. 임요환은 "사이버머니 1억 원쯤 갖고 있느냐", "게임에 중독된 것 아니냐", "PK를 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상대를 죽이고 싶으냐" 따위의 질문을 받았다. 엉뚱한 프로그램에 나가 기습적인 수모를 당한 셈이다.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기사에 따르면 아침마당 담당 PD가 임요환에게 사과하며 네티즌들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게시판에 글을 써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게임 중독을 주제로 방송을 한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하필 거기에 프로게이머를 섭외한 제작진도, 프로게이머를 게임중독자의 표상처럼 대한 아나운서 출신의 관록 있는 MC들도 프로게임에 대한 몰이해 내지는 편견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할 것이다. 지금도 KBS라면 이를 가는 사람이 있을 만큼 이 사건은 스타팬들에겐 두고두고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이 어떤 이유로든 비주류임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침마당에 스타팬들이 관심을 쏟았던 건 단순히 인기 프로게이머가 방송에 나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세상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 또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그 욕구는 완전히 배반당했다.

물론 임요환이 모든 스타팬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프로게임계 최고의 인기 선수였던 만큼 안티팬도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있어서는 모두 KBS를 비난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더 이상 임요환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스타팬들에게 프로게이머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어쨌든 그들의 경기와 언행이 있어야 e-스포츠가 굴러가는 것이다. 이미 많은 스타팬들이 외부 세계와의 괴리감과 마이너 정서를 느끼고 있는 판에 드물게도 프로게이머가 공중파 등의 외부 세계에 등장하게 된다면, 스타팬들에게 이들은 단순한 타인일 수 없다. 이들은 e-스포츠의 대표자이자 e-스포츠 팬들의 투영이 된다. 프로게이머게 행해진 모든 행동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e-스포츠 전반에 대한 대우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임요환, 이윤열 등은 스타판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밖에 나가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순간, 스타팬들은 집단적이자 개인적인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름 짓자면 '내 새끼' 정서 같은 것이 생겨난다. 내 자식 나는 때려도 밖에 나가서 누구한테 맞는 건 못 견디듯, 스타판에서 스타팬들끼리 놀 때는 프로게이머를 가지고 갖은 장난을 치더라도 이들이 밖에 나가서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수모를 겪는 것은 못 참는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스타팬들은 프로게이머를 PC방 폐인 내지는 사회부적응자, 성격장애자쯤으로 치부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다 스친소를 시청하며 이윤열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러다 이윤열을 건드린 붐에게 화살이 돌아갔을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 붐을 욕한 사람들이 전부 이윤열 팬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침마당과 스친소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윤열은 푸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설령 표피적이고 진부하며 편견에 치우쳐 있을지라도) 게임 중독이라는 주제에 관해 임요환을 일종의 전문가 내지 경험자(혹은 환자)로 대우하며 차분하고 진지하지만 공격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나눈 아침마당에 비해 스친소는 그저 가볍게 한때 놀고 마는 프로그램이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지닌 무게가 전혀 다른 것이다. 붐은 거기서 경박하게 까불며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일 뿐이고, 설정 상 그 역시 한 명의 친구를 데리고 나왔으니 이윤열과는 경쟁 구도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경쟁 상대에 대해 이따금 얄밉게 깐족거리는 것은 그가 방송에서 해야할 역할이기도 하다. 그의 농담은 순간의 웃음을 위한 것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것이 아니고, 그 내용도 e-스포츠를 겨냥한 비하는 아니었다. 아마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PC방 3~4억 발언일 것인데, 이 역시 별 거 아니다. 이혁재가 이윤열을 소개하면서 프로게이머로서 수억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하자 붐이 이를 받아 PC방에서 3~4억을 썼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한 건데, 물론 이것은 이윤열이 프로게이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농담이겠지만, 첫째로 누구도 그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둘째로 그 정도 농담은 예능 프로그램에 (그리고 사실 일상 생활에서도) 쌔고 쌘 것이다. 농담은 고정 관념과 클리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붐의 발언이 정말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관점을 노출한 것일까, 아니면 이제 그런 클리셰를 클리셰로서 농담의 소재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일까? 아직은 그 중간즈음이겠지만, 최소한 수위에 있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준이 아닐까. 이걸 보고 여전히 게이머를 PC방 폐인 정도로 취급한다고 분개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다. 굳이 걸리는 것을 찾자면, 프로게이머를 일반에 소개하는 멘트로 쓸 만한 것이 겨우 돈 잘 번다는 것 정도 말고는 딱히 없는 현실 정도랄까.

알다시피, 요즘 방송인들은 막강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 사실은 그 팬들 - 와도 약간의 장난을 주고받는다. 스타에게 말 한 번 잘못했다고 혼쭐이 나는 경우야 지금도 존재하지만, 요새는 그 '무서운 팬들' 자체를 소재로 삼아 사소한 것 가지고 일부러 과장된 사과를 하거나 되레 큰 소리를 치는 식이다. 개그콘서트의 왕비호(윤형빈) 같은 캐릭터는 아예 '왕비호 대 안티팬'의 구도를 잡아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연예인을 씹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 동시에 팬질의 문화도 어느 정도 변모하여 팬들도 (여전히 막무가내인 사람도 많지만) 어느 정도의 장난질은 같이 웃으며 넘어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데 자기들의 스타를 가장 '막 다루는' 스타팬들이 가장 예민하게 구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선수들을 씹으며 노는 스갤러들에게 누가 '왜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느냐'고 진지하게 따지면, 스갤에선 (사실 닥눈삼, 여병추에 해당하는 말이 가장 많겠지만) 여긴 원래 그러고 노는 곳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그러고 노는 곳이다. 설령 붐의 발언이 좀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냥 지나친 거지 '프로게이머'를 비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괜히 심각해 하며 계란에서 뼈를 찾아내려 할 것은 없다.

좀 더 설레발을 떨자면, 오히려 붐이야말로 이윤열을 차별 없이 대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혹시 스타팬들은 이윤열이 모종의 특별 대우를 받기를 기대한 것일까? 붐은 이윤열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특별하게 대하지 않았다. 상대가 프로게이머라고 몸을 사리지도, 더 심하게 하지도 않았고 누구에게나 하던 대로 적당히 이윤열에 관한 농담을 했다는 거다. 예능에선 예능에 맞는 대우를 하는 게 가장 적절한 대우 아닐까. 어떤 사람들과 정말로 어울리게 되는 순간은, 혼자 그들에게 깍듯한 경례를 받는 때가 아니라 그들과 섞여서 농담을 주고받는 때일 테니까.



덧말 하나: 나는 '스친소에서 붐이 이윤열을 대상으로 한 농담'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을 뿐, 붐에 관해 그 이상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는 않다.

덧말 둘: 나는 유리, 수영의 선택 멘트를 보고 인터넷에서 곧 성희롱적 농담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차마 여신을 건드릴 수는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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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8 05:15

통찰

쉽사리 반박하기 어렵거나, 공들여 반박하기에는 구질구질한 문제에 관해 자신만만하게 넘겨짚으면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요는, 주장하는 바의 논증이 건전하여 반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상 반박받을 위험이 적은 경우에 단호한 발언을 펼치는 것이다. 아마도 통찰이란 그런 기회를 잘 낚아채는 것을 일컫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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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7 07:05

긴 하루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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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0 16:20

혐오생물들

하여간, 좀 만만한 친구 하나 나오면 다구리치느라고. 꼭 말을 저 따위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모르겠다. 일말의 선의도 보이지 않는 자기 과시와 호전성. 꼴에 훈계는 열심이다. 한심스러워 즈려 밟으며 잘난 척하고 싶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내용에 틀린 것이 없다고 글이 정의로워지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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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6 00:33

연필

500원짜리 연필깎이를 샀다. 그저 연필 들어갈 구멍과 칼날뿐이라 힘을 주어 깎기에는 손에 덜 찰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덩치가 마음에 들었고, 깎인 나무와 흑연을 담을 통이 달려 있지 않은 것도 좋았다. 사실은 몸뚱이가 나무인 것이 가장 흡족했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만년필을 쥐면 무언가 글을 쓰고 싶어진다고 한다. 나는 연필을 깎으면 글을 쓰고 싶다. 얼마나 좋은가. 마땅히 쓸 것이 없는 데도 연필이 달리겠다고 조르니.

엉덩이에 고무가 달려 있는 노란 연필이 아주 흐뭇하다. 손에 더 익은 것이 필기구가 아닌 키보드라 한들 연필로 글을 쓴다는 것은 제법 괜찮은 일이다. 더하고 덜고 고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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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9 02:30

토사곽란

휴, 별 짓 다 하다 이제야 조금씩 진정이 되네. 솔직히 억울하진 않다. 그럴 만하게 지냈거든. 그것도 3단 콤보로. 대개 아픈 건 청천벽력처럼 느닷없이 떨어진다기보단 아플 만해서 아프더라. 하지만 미련하게도, 아프기 전에는 내가 아파도 싼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별로 못한다. 여하간 고생고생하다가 좀 나아지면 그때 잠깐은 기분이 괜찮다. 물론 그거 느끼자고 자주 아플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고려해주기 바란다, 病神아. (미안, 하도 고생해서. -_-)

아플 때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낫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지만, 아플 때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아파서 온전히 감상에 빠질 수가 없다. 어쩌면 그게 중요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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